하이델베르그

여행/독일 2011. 2. 23. 11:33

벨기에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넘어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보따리를 풀고자 하는 곳은 프랑크푸르트가 아닙니다...
독일에서의 계획된 일정은 누군가에게는 '로맨틱 가도'라 불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로만틱 가도'라 불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퓌센까지 이어진 독일의 아름다운 관광명소였습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약 한시간 거리에 하이델베르그라는 예쁜 도시가 있는데..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빠듯한 일정이기는 했지만..인생 뭐 있습니까? 그냥 내키는데로,,발길 닿는데로 가 보는거지요.^^

 이야기를 풀기 전에 팁이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한 정보하나 알려드린다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인터넷 동호회등 웹서핑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발품을 팔아보십시오. 서점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여행지를 소개하는수많은 책들을 찾아보시는것은 기본이구요,,특별히 추천하자면 각 나라 관광청을 다녀오세요. 좀더 자세한,,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들을 얻어 오실 수 있습니다. 독일 관광청에서 받아온 안내책자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코스가 잘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이때 받아 온 자료들은 여행일정을 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예전에 홍콩여행을 준비하면서 관광자료를 얻기위해 홍콩관광청을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마카오 관광청(마카오 관광청에서 받아 온 쇼핑백 정말 튼튼합니다. 몇년이 지난 지금도 새것 같네요..^^)과 스칸디나비아 관광청, 독일관광청이 한 건물에 있어 함께 들러온 기억이 나네요. 위치는 을지로 1가 프레지던트 호텔이었구요..늘 말씀드리지만 이것들은 제 오랜 기억에서 하나 둘 꺼내오는 것들이라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검색창에 여러차례 신선한 자료들로 찾아보시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마세요..

암튼 이런저런 이유에서 여행일정의 하루를 하이델베르그를 위해 할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프랑크푸르트에 묵었던 민박집입니다. 저희 가족의 호사스런 여행모습을 소개해 드리고자 과감히...공개합니다.^^
때가 여름방학이라면 아마도 저 곳은 수많은 학생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침대 밑에 손을 넣으면 간이? 침대가 하나 더 나옵니다. 그러면 저 방에는 8명이 머물 수 있는 것이지요..그러나 다행히 저희가 갔을때는 비수기라..여유만만 이었습니다.

보이십니까? 저 섹쉬한 ..자세..ㅋㅋ


이것들은 우리의 비상식량...먼 여행길에 오르는 자식들을 위해 부모님께서 해주신 매콤한 밑반찬 두가지와 물처럼 마셨던 맥주...절대 빠질 수 없는 햇반과 김..그리고 가운데 예쁜 포장지안에 ㅋㅋ 고디바 초콜릿...

유럽여행까지가서 이게 왠 궁상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먹어본 사람은 압니다.

정말 맛있습니다.소박하지만 근사한 상차림입니다.^^

해가 밝자 하이델베르그로 출발합니다.
하이델베르그 역에 도착하면 고성이 있는 구시가 까지는 버스로 이동합니다.

긴 여행으로 제법 지칠법도 한데..잘 이겨내주고 참아준 대견한 우리 큰아들 따일랑 입니다..뒤에 보이는 건물이 하이델베르그 역 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하이델베르그 고성까지 이르는 길목입니다.
사진들을 하나 둘 꺼내다보니 .. 서점, 식당 등을 살피면서 이 거리를 거닐때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네요.

외국에 나오면 내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절로 생겨난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감탄하게 되지요.
예를 들어 볼까요? 인터넷 속도 훌륭하지요, PC방 많지요, 책값 싸지요, 음식 맛있죠,
게다가...어딜가도 화장실 찾는데 문제없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 사용한다고 돈 안내도 되구요, 커피전문점 가도 물 공짜로 줍니다..또..떠먹는 요구르트 사면 스푼..줍니다..햄버거 사먹을때 케찹 추가로 달라하면 넉넉히 챙겨줍니다.. 돈 안받아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던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군요...

이건 유럽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퍼포먼스 중 하나입니다. 동상같지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이곳에는 독일 최초의 대학 하이델베르그 대학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도시 곳곳에서 젊은이들의 특유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뭐,,그렇다고 제가 젊지 않다는것은 아니구요..ㅜㅜ;)


제 얼굴 뒤로 보이는 것이 하이델베르그 고성입니다. 13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이 궁전은 원래 요새화된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30년 전쟁과 1689년 프랑스와의 전쟁을 겪으면서 파괴된 모습이라 합니다.
 



이 문을 지나면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습니다. 보기에는 저리 편해보여도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려니 어찌나 힘들던지..그 끝에 다다르면 고성안으로 들어가 하이델베르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말 예쁜 도시지요..


고성에 들어서자 아이가 힘들다고 칭얼댑니다. 책도 살펴볼겸 휴식도 취할 겸해서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한 어르신께서 가까이 다가오시더군요.
'이런..간단한 인사는 괜찮아도 긴 이야기는 힘든데...'하며 언어장벽에 대해 고심하며 긴장하고 있었지요..정말 간단한 인사는 영어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로 약 30분가량을 이 분과 함께 기나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성에서 꼭 봐야 할 것들..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많은 정보를 나눠주셨습니다. 대화를 나눴던 긴 시간내내 한가지도 빠트리지 않고 챙겨들었습니다.
대단하지요?
어찌 가능했냐하면..이 분이 한국어를 아주 잘 하십니다. 그래서 막힘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찌 배우셨냐 여쭤봤더니..


딸이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한국학생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은 그 한국학생들에게 한국어를 배우셨다하구요. 한번도 한국에 가본적조차 없는 분이셨는데 어찌나 능숙하게 구사를 하시던지 어떤 말도 척척 해내시는것을 보고 감동받았답니다. 순간 반성했습니다. 나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가 제일 잘 아니깐요. 앞으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언젠가 기차로 이동하는 중에 한 젊은 외국인 아가씨가 일본어 책을 꺼내들고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을 보면서 한국어가 아님에 살짝 아쉬워하던 그때의 감정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 섭섭하던 마음 확 날려버릴 만큼 멋진 인연이었습니다.
뜻밖의 장소에서,,뜻하지 않은 인연..
이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요?

하이델베르그 성 지하에는 18세기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술통은 221,726 리터의 크기로 언뜻 들어서는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듯 해.. 사진을 올려보았습니다. 술통 위에 있는 제 모습이 보이시나요?


태랑이의 손에 들린것은 다름아닌..태랑이의 간식..누룽지랍니다.그냥 먹어도 좋고..끓여먹어도 좋고..식구 모두 음식에 까탈스런 편이라 잊지않고 챙겨왔지요.ㅋㅋ



성을 내려와 경간이 아홉개인 알테 브뤼케(옛 다리)로 향합니다.

이 다리 건너편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습니다. 이 산책로는 1817년 해발 200m에 달하는 하이델베르그의 언덕빼기에 만들어졌습니다.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의 철학자들이 조횽히 산책을 하며 명상에 잠기고 영감을 얻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하네요.

다리의 문 앞에는 칼 테오도르의 동상과 아테네 여신상이 있습니다. 그 전에 만난 독특한 조각상..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기념사진 한장 찍었습니다..자세히 살펴보면 원숭이 볼 쪽에 살짝 바랜 흔적이 보이시죠? 이 조각상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남들처럼..해봤습니다.ㅋㅋ


 

젊은도시 하이델베르그입니다.




하이델베르그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중..거리의 음악가를 만났습니다.
나름 이색적인 볼거리라 구경하고 있는데..태랑이가 슬금슬금 걸어나갑니다. 또래 아이들이 앞으로 나와 춤 추는것을 보더니..해보고 싶었나봅니다. 묻지도 않고 혼자 나가 잠깐 춤을 추더니 다시 멋적은 얼굴로 들어오길래..태랑이에게 왜 마저 추지않냐고 물었습니다..
뜻밖의 예상치 못했던 대답을 하더군요.
"저 상자안에다 돈 넣어야 춤 출 수 있는거잖아요."
하하하..할 말을 잃었습니다.
5살.. 알것 다 아는 나이이더군요.

이렇게 하루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걷고, 또 걷느라 조금은 힘들었지만...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도시 하이델베르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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